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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티아고 순례길 여정

🚶‍♀️주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, 뜨거운 태양 아래 걷는 순례자의 하루

by 주만지맘 2025. 4. 1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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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침 일찍, 주비리(Zubiri) 에서 하루를 시작했다.
오늘은 순례길에서 처음 만나는 큰 도시 팜플로나(Pamplona) 까지 가는 날.
거리도 길고, 해도 뜨겁다.
열심히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에
한 걸음 한 걸음에 힘을 담았다.

작은 마을 하나를 지나며
배가 고파 조그만 카페에 들어갔다.
그곳에서 뜻밖에 만난 대만 친구들.
반가운 인사와 함께 서로의 일정을 나눴는데,
우연히도 같은 루트를 걷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.
짧은 인연이지만, 이런 만남이 순례길의 매력이다.

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다시 길 위에 섰다.
10월이지만 햇살이 무척 강하다.
스페인의 태양은 한국과는 다르게
건조하고도 뜨거워 여름옷이 절실했다.

이 길의 가장 큰 즐거움은
걷다 보면 마주치는 작은 시골 마을들이다.
소박한 집들, 푸른 들판, 그리고 사람들.
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참 아름답다.

그렇게 자연을 벗삼아 걷다 보니
어느덧 팜플로나 초입, 아레(Villava) 에 도착했다.
중세 다리를 건너면
고요한 삼위일체 대성당(Iglesia de la Trinidad de Arre) 이 자리하고 있다.
이곳의 분위기만으로도
잠시 피로가 잊혀진다.

그리고 드디어
중세 성벽을 지나 팜플로나 도심에 입성!

산 페르민 축제 준비로 도시는 북적였고,
우린 마치 시골쥐가 도시에 온 듯
눈이 휘둥그레졌다.

우린 이곳에서 2박 하기로 했다.
도시의 매력을 천천히 즐기고 싶었기 때문.
그 첫 번째는
헤밍웨이가 자주 찾던,
소설에도 등장하는 카페 이루냐(Café Iruña).
낡고 멋진 분위기 속에서 커피 한 잔.
시간이 멈춘 듯했다.

다음 날은
팜플로나 시청청사,
카스티요 광장,
나바라 박물관 등 도시 곳곳을 둘러보며
아침, 낮, 저녁의 팜플로나를 온전히 즐겼다.

 

그리고 가장 운 좋았던 건,
150년 전통의 츄러스 가게 – Churrería La Mañueta
1년에 몇 번밖에 열리지 않는 날,
우리가 바로 그 날 이곳에 있었다는 것!

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만 운영된다는 이곳.
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
방금 튀긴 츄러스는 정말 감동이었다.
그것도 이 도시에 온 단 며칠의 행운으로 맛볼 수 있었다는 것,
이것 또한 순례길의 기적 아닐까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