산티아고 순례길 여정

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까지 – 마주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

주만지맘 2025. 4. 10. 18:3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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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레네산맥을 넘은 다음 날.
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했다.

이제는 새벽에 출발하는 게 익숙해져
랜턴 불을 켜고 까미노 닌자앱으로 길을 찾아 나섰다.
어둠 속에서 마주치는 한국인, 외국인 누구든
참 반갑다.

☕ 첫 마을, 부르케테

오늘 처음 마주친 마을은
‘빅토르 위고’와 ‘헤밍웨이’가 머물렀던 부르케테.

조용하고 신비로운 이 마을은
그냥 스쳐가긴 너무 아깝다.

헤밍웨이는 이곳에서 『태양은 다시 떠오른다』를
집필했다고 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.

마을의 작은 BAR에서
카페 꼰 레체와 또르띠아로 아침을 먹으며
잠시 발을 쉬었다.

BAR 사장님의 친절함 덕분에
기분 좋은 재충전 완료!

😄 대만 친구들과의 재회

걷다가 론세스바예스에서 만났던
대만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.

활달하고 재미있는 아이들.
나를 “언니~”라고 부른다. ㅋㅋㅋ

같이 사진도 찍고
이야기하며 걸으니 길이 훨씬 짧게 느껴진다.

그때는 몰랐다.
이 친구들과 계속 마주치고,
헤어지고, 또 만나고를 반복하게 될 줄은.

같은 알베르게에 묵게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.
저녁 식사 시간에는 웃고 떠들며
서로의 하루를 나누었다.

대만친구들

😐 불편한 만남도 있었다

길을 걷는데
이탈리아 아저씨들이 마스크 썼다고
뭐라뭐라 한다.

이탈리아어라 못 알아들어도
표정과 말투로 충분히 느껴졌다.

그냥 웃으며 넘겼지만
마음은 조금 불편했다.

얼른 주비리에 도착해서 쉬고 싶었다.

🏨 알베르게 해프닝

드디어 도착한 주비리!
나는 ‘Rio Arga’ 알베르게 2인 1실을
미리 예약해두었는데...

직원 실수로 방이 다른 사람에게 배정되었다.
당황 + 황당 + 피곤함 = 혼란의 정점.

결국 직원이 미안하다며
다른 알베르게로 데려다줬다.
조용한 2인실이라 다행이었다.

이렇게 또 하루, 사건 없는 날이 없다. 😂

🍑 작지만 확실한 행복

짐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
주비리를 구경하러 나갔다.

피레네에서 아팠던 아이가
주비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
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.

마트에서 발견한 납작복숭아!
이걸 먹게 될 줄은 몰랐다.
기분이 싹 풀렸다. 이런 게 까미노의 행운인가?

🍻 소소한 맥주 파티

한국 친구가 우리 알베르게에 놀러 왔다.
소소하게 맥주 한 잔~
작은 파티를 열었다.

다들 너무 좋다고, 행복하다고 말해주었다.
이 작은 순간들이
이 길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졌다.

👖 또 사건 발생!?

하루를 마무리하려고 빨래를 걷는데
바지가 아직 안 말랐다.

전자레인지에 돌렸더니
쇠 있는 부분이 타서 구멍이 났다. 😭

그래도 다행인 건
바지 끝단이라 양말로 가려진다는 것.
단벌이 아니라는 것도 천만다행!


아무 일도 안 생기는 날이 오히려 이상한 까미노.
그렇게 하루를 웃으며 마무리하고
잠이 들었다.

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?
끝없는 만남과 사건 속,
나는 이 길 위에 있다. 🌿